[신간안내]일곱 시인의 기억·감각·생활 서정 한 권에

[신간안내]일곱 시인의 기억·감각·생활 서정 한 권에

  • 기자명 윤태민 기자
  • 입력 2025.11.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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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 시인 담론 모은 ‘영산강 시인들’ 출간
영산강 유역 삶의 결 담은 공동 시선집
공동체 무늬로 끌어올린 작품 집약
지역 넘어 사랑받아온 서정의 결집

 

고재종·김선태·나종영·나해철·박관서·이지담·최기종 지음/엠엔북스 펴냄.

영산강 유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일곱 명의 중견 시인들이 강의 풍경과 서정, 삶의 기억을 한데 모아 시선집 ‘영산강 시인들(엠엔북스)’을 펴냈다.

이번 시선집은 고재종, 김선태, 나종영, 나해철, 박관서, 이지담, 최기종 시인이 자선 대표작 70편을 묶어낸 것으로 오랜 시간 간단없는 창작을 이어온 ‘영산강 시인들’의 시적 결을 집약한 출간물이다.

특히 강을 단순한 배경이나 자연 풍경이 아닌, 삶의 근원·기억의 중심·공동체의 무늬로 끌어올린 작품들이 집약돼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중 고재종 시인은 영산강을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맥박으로 불러낸다. 강에 비치는 햇빛과 바람, 나무와 물새, 스스로 빛을 내며 사라지는 것들의 잔향으로 한데 엮여 오늘의 우리를 부른다.

김선태 시인은 ‘조금새끼’ 등의 시를 통해 노동·사랑·빈곤과 상실이 맞물린 ‘영산강 물길이 만든 생활권’의 진실을 포착하고, 나종영은 강가의 젊은 어머니, 청춘의 그림자가 남은 옛친구의 시간 등 강을 공동의 삶과 그리움으로 확장한다.
 

영산강 유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일곱 명의 중견 시인. /엠엔북스 제공

영산포의 가난과 견딤을 감각적으로 되살린 나해철의 시편은 강을 ‘배경’이 아닌 삶의 주체로 세우며, 박관서는 몽탄과 파군교에 남은 역사·전설을 초월과 현실이 만나는 신화적 풍경으로 그린다.

재난을 사건의 시간으로 다시 쓴 이지담의 ‘홍수’는 "또 이렇게 우리는 속수무책인가"라는 물음을 공동체의 목소리로 바꾸고, 최기종은 영산강이 바다와 만나 빚어낸 음식 홍어를 통해 삶·기억·시간의 층위를 세밀하게 드러낸다.

이와 함께 이번 시선집에서는 각 시인의 독자적 언어와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영산강이라는 하나의 물줄기가 시집 전체를 유기적으로 묶으며 더 큰 시적 긴장과 울림을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다. 한 명의 시집이 아닌 일곱 명이 함께 엮은 시선집이라는 점에서 ‘시편제가 빚는 서정의 중첩’이라는 문단의 평가도 나온다.

특히 시인들의 육성은 시집의 결을 더욱 짙게 만든다. 나종영 시인은 "처음 본 영산강은 신세계였다. 내 마음의 심연에 고향의 강이자 어머니의 강으로 남아 있다"고 말하며 강이 작품의 원천임을 밝혔다.

이지담 시인은 "웅덩이에서 허우적거리던 꿀벌을 건져 올렸더니 젖은 날개를 끌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 모습이 나의 뒷모습 같았다"는 짧은 회고를 통해 유역 문학의 감수성을 응축한다.

고재종·김선태 등 전국적 독자층을 확보해온 시인을 비롯해 유역 문학을 오랫동안 견인해온 나종영·나해철·박관서·이지담·최기종 등 지역 문단의 중추적 시인들이 함께 참여해 한국 현대시에서 보기 드문 ‘공동 시선집’의 형식을 완성했다.

문단에서는 "영산강이라는 자연·역사·생활의 공간을 통해 개별 시인의 감각과 공동체의 기억을 함께 기록한 시집이다"며 "유역 문예의 진수를 응축한 작품집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시선집 ‘영산강 시인들’은 강이 품어온 삶의 무늬와 시적 정서를 다시 읽게 하는 책으로, 지역을 넘어 새로운 독자층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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