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초원과 오아시스 도시를 가로지르는 실크로드의 생생한 숨결이 되살아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중앙아시아의 이동과 교류의 역사를 조망하는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 ‘길 위의 노마드’를 25일 아시아문화박물관 중앙아시아실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새롭게 개편된 동남아시아실 ‘몬순으로 열린 세계’에 이은 두 번째 상설전시로, 해상 실크로드에 이어 육로 실크로드의 문명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길 위의 노마드’는 ‘실크로드는 하나의 길’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넘어 카라반과 유목민, 동물의 발걸음과 교역의 경로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움직이는 선들의 집합’으로 실크로드를 재조명한다.
전시는 사막과 초원, 오아시스 도시를 오가며 삶을 꾸려온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이동과 머묾, 교류의 흔적을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주인공은 두 부류의 ‘노마드’로 대상숙소(카라반사라이)와 시장(바자르)을 오가며 흔적을 남긴 이동 상인들과 자연의 리듬에 따라 이동하며 흔적을 최소화해 온 초원의 유목민이다.
관람객은 카라반이 숨을 고르던 숙소, 이슬람 도시의 바자르와 공방, 말과 함께 살아가는 유목민의 삶, 초원의 유르트(이동식 천막집) 공간을 차례로 지나며 유목문화와 정주문화가 만들어낸 연속적인 관계망을 체험할 수 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카라반의 숨결이 쉬어간 자리’에서는 대상숙소를 중심으로 사막을 건너는 상인들의 이동과 휴식의 공간을, 2부 ‘교역이 꽃피는 곳, 바자르’에서는 도자기, 카펫, 직물, 악기, 목공예품 등 다양한 물품이 거래되던 시장의 활기를, 3부 ‘초원, 자연과 조율하는 삶’에서는 유르트와 마구, 말갖춤, 유목민의 생활용품을 통해 노마디즘의 지혜와 현대적 의미를 소개한다.
이와 함께 아시아문화박물관이 그동안 축적해 온 조사·수집 성과도 이번 전시를 통해 종합적으로 공개된다. 중앙아시아 유목문화에서 태어난 마구와 말갖춤, 유목민의 일상 도구와 직물, 우즈베키스탄 바자르에서 교류된 카펫과 도자기, 악기, 세밀화, 목공예품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현지에서 기록한 영상 아카이브와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몽골국 문화부와 국립문화유산센터·국립예술대학교, 우즈베키스탄 문화부와 사마르칸트시, 주한우즈베키스탄대사관, 키르기즈공화국 문화부와 주한키르기즈공화국대사관, 투르크메니스탄 문화부, 주한투르크메니스탄대사관 등과의 협력을 통해 추진됐다. 현지 기관과 장인, 예술가들이 제공한 소장품 기증과 구입, 공연·연주 영상 촬영 지원, 전문가 네트워크가 전시 기획과 콘텐츠 구성 전반에 반영됐다.
관람 시간 및 기타 자세한 사항은 ACC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길 위의 노마드’는 중앙아시아 초원과 오아시스 도시의 예술과 생활문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이동과 교류가 만들어낸 실크로드의 유산을 오늘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자리가 될 것이다"며 "앞으로도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를 통해 아시아 각 지역의 문화다양성과 공존의 지혜를 지속적으로 소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